"야~ 우리 부자됐다"

by 신현광 posted Mar 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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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존귀하신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올 여름은 겨우(?) 40도가 넘지 않을 정도로 그리 덥지 않게 지나가나 했더니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 이후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나 봅니다.

연일 일기예보에서는 비가온다고 하는데 비는 오지 않고 엄청난 습도와 함께 더위가 거의 3주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꼭 사우나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새학기에 많은 어린이들이 새로 입학했습니다.
파라과이의 학교는 매년 다시 새롭게 입학을 해야한답니다.
예를들어 4학년을 마치면 자동으로 5학년이 되는 것이 아니고 5학년에 다시 입학해야 하는 것이죠.
물론 입학금도 다시 내야 하구요.
그 대신 공부하는 달에만 수업료를 냅니다. 꼭 학원비 내는 것 처럼..

특별히 올해에는 유아반에 입학생이 많았습니다.
학교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많아 학교생활에 적응하게하는 몇주간이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
엄마에게 가겠다고 우는 아이,
친구들을 때리는 아이등..
지난 2주간은 아이들을 적응시키는 일에 저희뿐 아니라 선생님들이 힘들었던 기간이었습니다.
이제 모두들 잘 적응해서 수업분위기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files/attach/images/895/918/casa.JPG

 




저희가 사는 집이 너무 낡고 오래되어서 비가 새기도하고 학교사역을 처음 시작할 때 교실이 모자라 저희 집의 살라 (응접실)를 막아 교실로 사용했었기 때문에 좁기도 합니다.

식탁도 없이 헌 문짝을 나무상자 위에 올려놓고 식탁보를 덮어놓고 사용했었습니다.

이제 교실이 각 학년마다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저희집의 살라를 교실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비가 새기도 하고 좁기도 했던 집을 좀 수리해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엄두를 못내고 있다가 큰 결심하고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응접실의 막힌 담을 헐고,  집 뒤에 빨래하던 조그만 공간에 식당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을 다운로드하려면 여기를 마우스 오른쪽 단추로 클릭하십시오.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 그림은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다운로드되지 않습니다.
응접실을 가로막았던 담을 헐고 나니 얼마나 넓어 보이는지요.
12mX15m의 집의 절반이 응접실이었습니다.  
빨래하던곳은 지붕이 없던곳이라 스레뜨로 간단하게 지붕도 만들구요.
저희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작은아이는 "야~ 우리 부자됐다"
"그럼 우린 원래 부자야.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이시니까."
"에이~ 아빠, 또~~"
저도 아이들을 보니 좋더군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생겼답니다.
선교사들에게는 'murder complex (살인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입니다.
자기 자신이나 사역등이  좀 편하다고 생각되면 죄의식을 가지고 주님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더욱더 자신을 학대(?)하려고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선교사에게 어렵고 힘든일이 많이 생기면  '선교 보고'할 것이 많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순탄하고 알차게 사역하면 '보고꺼리'가 없는 것 처럼 생각합니다.
선교의 열매나 선교사의 삶의 현장의 모습이 보고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의 힘들고 불편하고 위험한것들만 보고되야 하는것처럼 느낄정도이니까요.
도시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정글이나 빈민굴에서 사역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괴로워합니다.
중상층 이상을 상대로 선교하는 선교사들은 빈민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보면 왠지 기가 죽습니다.
한국에 갔을때 "선교사님 얼굴이 좋아지셨네요" 하면 무슨 죄를 지은것처럼 죄송했답니다.
편안한 것이 불편합니다.

특별히 자기 자신과 가족을 대할 때에 그런 마음이 더 듭니다.
비가 새고 집에 들어오면 좁고 답답하고 식탁을 문짝을 덮어놓고 사용할 때에는
편안하던 마음이 집수리를 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지은 학교의 교실에 에어컨을 달았습니다.  
교회가 좋아지고 학교에 시설들이 많아질 때에는 기쁘고 편안한데 말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도 함께 같이 기뻐하지 못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요?
함께 기뻐해야겠지요?
오늘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한번 말해야겠어요.
"야~~ 우리 진짜 부자같다."

잘못된 murder complex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다시한번 결심해봅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이 주시는 '거룩한 부담감'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주님이 저에게 맡겨주신 사역 부끄러움 없이 할 수 있도록 격려와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순절 기간동안 존귀하신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시는 기간이 되길 바랍니다.

2002.3.9 토요일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