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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에 루고 대통령이 취임했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지율이 93%가 될 정도로 국민들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하며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그는 부패 추방, 빈부격차 해소, 원주민 권리보호 등을 약속했다. 루고 대통령의 경력이 특이하다. 그가 카톨릭의 사제 출신이라는 점이다. 신부 서품을 받고 평범한 신부의 길을 걷던 그의 삶을 바꾼 것은 극빈 지역의 선교사 활동이었다.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은 그는 파라과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주교가 되어, 늘 가난한 자들의 곁에 머물러 그들을 대변했다.  그저 정치적인 구호로서 ‘사회정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디헤나들과 무토지 농민 등 가난한 사람들의 실질적 삶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일 때문에 성직자의 한계를 느끼고 정치인이 되었다.


이런 대통령의 취임을 보면서 개신교 선교사들의 여러가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개신교 선교사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 걱정은 다음과 같은 글에서 엿 볼 수 있다.  “저희는 지금으로부터 만 5년전에 기쁨과 희망으로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파라과이를 사랑하셔서 파라과이뿐만 아니라 남미 전체에서도 최초로 개신교 신자를 대통령으로 세워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5년의 세월은 실망스럽게도 더 많은 가난과 총체적인 난국을 가져왔고 이 부채는 고스란이 다음 정권에 넘겨졌습니다. 오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을 했는데 놀랍게도 그는 전직 천주교 대주교입니다. 앞으로의 5년간 파라과이의 개신교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저희의 걱정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방만했던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파라과이 대통령 페르난도 루고씨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가 되도록.” 기도 부탁을 하고 있다.


이 글에서 개신교의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개신교인이 대통령이 되어 기쁨과 희망으로 들뜨기도 하지만 카톨릭 대통령 때문에 앞으로 파라과이 개신교가 걱정이 된다. 전국민 93%의 열망이 한편에서는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것이다. 개신교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였다면 카톨릭 주교가 대통령이 된 지금은 최대의 위기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루고씨’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가 되게 해달라고 하는, 느끼기에 따라서는 그에 대한 협박처럼 들리는 기도를 부탁했는지 모른다.


‘해방신학자인 카톨릭 신부출신의 좌파 대통령’. 사실 파라과이에서 선교하고 있는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로서 어느 것 하나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어가 없다. 해방신학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뒤로 하더라도 카톨릭 신부라고 하는 것은 거북하다. 마치 이곳에서 가장 먼저 변화시켜야 할 것이 카톨릭 신앙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국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빨갱이’로 매도되는 ‘좌파’..  이런 생각으로 그를 바라본다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가 바라본 파라과이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과 아픔을 우리도 함께 바라본다면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우리의 기회이다. 개신교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희망의 선포와 증언의 기회이다.


현재 공식 통계에 따르면, 파라과이는 전체 인구 육십 일만명 가운데 삽분의 일이 빈곤층이고, 그중에 십일만명이 하루평균 1달러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8만 7천여 명은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인디헤나들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더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기본 생존권이다.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 하는 것은 이곳에서는 사치다. 죽느냐 사느냐하는 생존권에 대한 문제이다. 선교사가 만나서 선교하는 대상들이 바로 이들이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선교의 대상이면서 함께 웃고 울어야 할 우리의 형제들이다. 가난의 문제는 이들의 문제이고 우리들의 문제이다. 그들이 하나님을 잘 안믿어서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종교가 우리의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하다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그 해방신학자인 카톨릭 신부출신의 좌파 정치인이 바라보았던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눈물와 부르짖음을 우리는 함께 바라볼 수는 없단 말인가?. 아니, 우리 주님이 바라보시며 긍휼히 여기셨던 ‘잃어버린 자들’을 우리는 주님과 함께 바라볼 수 없는가? 지난 개신교 대통령 시절 개신교회는 무슨 기회를 가졌었는가? 하나님의 선교에 무슨 도움이 되었는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고 개신교 찬송가를 부르고 개신교식 예배를 드리게 하는 것이 선교의 완성인가?  개신교가 위기라면 무슨 위기인가? 선교사가 더 위기 아닌가? 희망도 없이 언제나 계속해서 반복되는 불공평한 문제점에 부딪쳐 고통받는 사람들의 간절한 열망과 고뇌와 사건들에 우리가 동감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우리의 위기가 아니겠는가.  파라과이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의 교회가 새롭게 성숙하고 독립을 되찾으며 책임성을 느끼게 되는 것에 기뻐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은 아직도 배워야 하고 아직 미성숙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들의 위기이다.


루고 대통령은  "종교가 다르고,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며, 하는 일이 다르다 할지라도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를 향한 관심과 돌봄이라면 그 지평을 향해 함께 전진하자’고 한다. 그 말에 동의하며 주님 가리키셨던 그 하나님의 나라의 지평을 향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불편하더라도 그들이 자신들의 인권과 정의를 회복해 나가는 일이라면 그 불편을 우리는 감당해야 한다.  우리의 선교가 '일, 행정, 운영, 관리'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며 이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의 희망의 선포와 증언이다. 그 뿐 아니라 이미 역사를 변화시키고 있는 희망과 자유에 대한 선포와 확언이다. 이 땅에서 그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기쁨을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지금 새롭게 희망을 가지고 눈을 뜨고 있는 이 땅의 형제 자매들을 섬기는데 더 많은 시간과 귀한 것들과 우리의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면 지금이 우리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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